저비용 과소비 에너지 경제 구조를 언제까지 끌고 갈텐가?

전기세 인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기 없는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다. 다수 국민들이 전기세는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대고 전기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로 통한다. 그래서다. 진보든 보수든 어느 정부도 가급적 전기세 인상은 건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전기세가 싸다면 이같은 상황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OECD 국가들만 놓고보면 한국은 전기세가 대단한 싼 국가로 꼽힌다.

최근 읽은 책 공존과 지속을 보면 전기세가 저렴하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기후협약에 따른 에너지 낭비 방지,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 등 가급적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국제 시스템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라는 것이다.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환경을 구축하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와 기술 혁신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인데, 한국은 에너지 가격이 싸다보니 혁신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인센티브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책의 공동 저자중 한명으로 참여한 서울대 이원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2013년 기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에 이르고, 국가 전체 및 국민 1인당 이산화 탄소 배출량, 1인당 에너지 소비량 등에서는 모두 세계 최상위 그룹에 있다. 한편 2016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4.2%에 불과한 반면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30퍼센트에 이른다.

역시 공동 저자 중 한명으로 참여한 서울대 홍종호 환경대학원 교수도 애너지 활용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를 넉넉히 사용하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지리적 조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가 아주 적거나 자원이 넘치는 나라를 제외하면 어느 선진국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경제 활동이 아주 오래 지속돼왔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전 세계적인 에너지 혁명과 전환의 시대에 익숙한 과거 모습 그대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여는 보다 책임있고 성숙한 나라로 거듭날 것인가?

이원우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 산업 구조의 변화가 더딘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리나라는 특히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 정책 전환에 여러 어려움을 안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을 채택해 성공을 거두었다. 따라서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때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시도하는 데에 그만큼 산업계의 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다. 

에너지 정책을 친환경적 효율적 수급을 기초로한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 자체의 변화를 수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도 에너지 정책 전환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통상 전기 요금을 전기세라 부른다. 전기는 공공재로서 국가가 마땅히 공급해야할 급부이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과거 수출 중심의 결제 개발 정책을 집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 요금을 낮게 책정했고 동시에 공공 요금 물가 정책의 일환으로 일반 국민에게도 원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의 전기를 공급하는 정책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 홍종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개혁 의제를 제시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인기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비춰서는 안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는 것이 경제학 교과서 1장의 가르침이다. 탈원전, 탈탄소,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제대로 된 조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숨겨서는 안된다.  전기 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 앞에서 과거 정부가 고수해온 값싼 전력 공급 정책이 비정상적이었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원자력 및 석탄 화력 발전 연료에 대한 효율적이고 형평성 있는 과세를 통해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경제 구조로 전환해 가야 한다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원우 교수도 미래를 위해 전기세 인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소비 수요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 조건의 변경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때 소비란 가정용 에너지 소비 외에 산업용 에너지 소비를 포함하며, 특히 후자는 장기적인 산업 구조 개편과 맞물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저렴한 산업용 전기 요금은 전력 소비형 산업에 간접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효과를 지녀서 실제 경쟁력이 부족한 산업을 지원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면 이러한 고 에너지 비용 산업은 존속할 수 없으므로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요컨대 에너지 소비에 대한 비용이 적절하게 기업의 생산 비용 속에 반영되도록 전기 요금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법 정책의 기본 방향은 에너지 소비에서 에너지 효율성의 증대와 함께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의 감축을 지향하므로 전기 요금 구조의 개선은 반드시 채택되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다. 이러한 요금 정책은 정책 소비자인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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