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기업용 SW 올드맨들 인수에 적극 나선 까닭은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CA테크놀로지스를 190억달러 규모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을때, 처음 든 생각은 왜 그러지?였다. 반도체 회사가 CA를 인수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당시 행보를 1회성 이벤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CNBC 최근 보도를 보면 지난해 퀄컴 인수 시도가 무산된 뒤 브로드컴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회사들을 손에 넣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싱가포르에 기반한 브로드컴이 미국 회사인 퀄컴 인수를 블로킹 한 이후 혹(hock) 탄 브로드컴 CEO는 상장 시장에서 많이 잊혀져 가던 회사들을 주목했다.

첫번째 타겟이 CA 테크놀로지스였다. 브로드컴은 1년여전 42년 역사의 엔터프라이즈 관리 솔루션 전문 업체 CA를 집어삼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나가가 브로드컴은 이제 37년 역사의 유명 보안 업체 시만텍과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은 상당히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만텍 외에 브로드컴은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소프트웨어 회사인 팁코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모펀드인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트는 2014년 팁코를 43억달러에 인수했는데, 지난해 매각하는 것을 고려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하고 있다. 시만텍 인수가 성사될 경우 팁코 등 다른 인프라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는 연기되거나 무기간 보류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궁금해진다. 반도체가 주특기인 브로드컴은 왜 별 상관도 없어 보이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들 사냥에 뛰어든 것일까?

CNBC는 이같은 행보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회성 이벤트라기 보다는 사업 모델을 다각화해 반도체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는 얘기다.

브로드컴은 그동안 몇몇 대형 프로세스 구매 고객들에 의존해왔다. 매출의 대부분이 이들 고객들로부터 나왔다. 브로드컴은 최근 분기에서 애플이 구매하는 물량이 전체 매출의 13%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대비 17%에서 내려간 수치지만 만만치 않은 비중임은 분명하다. 브로드컴 전체 상위 5개 고객들이 전체 매출의 32%에 달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 자체가 예전만 못하는 것도 브로드컴이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재재가 본격화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브로드컴은 올해 반도체 매출이 20억달러 내려갈 것으로 반도체 솔루션 매출은 올해 회계연도 1, 2분기에 이미 10% 이상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탄 브로드컴 CEO는 6월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화웨이 수출 금지를 포함해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이 경제적, 정치적인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중 갈등은 우리의 글로벌 제조 고객들을 위한 가시성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수요 변동성이 커졌다. 우리 고객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재고 수준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브로드컴이 CA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화웨이 재재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나리오였다. 하지만 탄 CEO는 그때부터도 사업을 다각화해야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했다고 한다. 

CA 인수 후 브로드컴은 회사 조직을 반도체 솔루션, 인프라 소프트웨어, 그리고 지적 자산 라이선스 비즈니스 부서 3개로 분리했다. CA 덕분에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브로드컴 전체 매출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핵심 사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인수 전략은 브로드컴의 미래를 우려하는 고객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데도 어느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만텍을 인수할 경우 브로드컴은 현재 연매출 47억달러에, 155억달러 가치를 갖는 기업을 손에 넣게 된다. 시만텍과 CA를 합치면 소프트웨어 매출은 브로드컴 전체 매출의 37% 수준으로 늘어난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시만텍 인수는 브로드컴에게 성장 전략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신규 사업을 추가하는 수준에 가까워 보인다. 반도체와 엔터프라이즈 SW 사이에 시너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만텍은 지난 4번의 분기에서 3번씩이나 매출이 감소했다. 클라우드 보안 업체들이 시만텍이 활동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파고들고 있고, 모바일 기기에 초점을 맞춘 보안 회사들은 일반 소비자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

경영 시스템도 불안하다. 지난 5월 시만텍은 그레이드 클락 CEO가 돌연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CFO인 니콜라스 노비엘로가 떠난지 4개월도 안돼 벌어진 일이었다. 클락은 또 지난 7년간 사임 형태로 물어나는 네번째 시만텍 CEO였다.

5월 시만텍이 발표한 2019년 회계연도 4분기 실적도 애널리스트 기대치에 못미쳤다. 회사측은 또 2020년 1분기 및 전체 실적에 대해서도 어둡게 전망했다. 그러자 주가는 13% 가까이 떨어졌다.

CNBC는 브로드컴의 시만텍 인수와 관련해 시만텍의 서브스크립션 매출 대부분을 가져오면서 비용은 줄이는 사모펀드식 접근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A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영업 인력을 확보한 만큼, 시만텍과의 합병을 통해 실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혹 탄 브로드컴 CEO는 빅딜을 통해 경력을 쌓아왔다.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CEO로서, 그는 2015년 370억달러 규모의 브로드컴 인수를 주도했고, 통합 회사의 CEO가 되었다. 이후 그는 1000억달러 규모의 퀄컴 인수를 시도했지만,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브로드컴의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브로드컴은 싱가포르에 기반한 회사지만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네제이 지역으로 옮겼다. 그런만큼 시만텍이나 팁코 인수 과정에서 미국 규제 당국의 견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만텍과 같은 보안 회사를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미국 회사라고 보기는 애매할 수도 있는 브로드컴이 인수하는 것을 미국 정부가 막으려 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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