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문화-1]입사 2주차 신입 개발자가 회의 주재하고 업무 전권 행사한다고?

평균 근속연수가 1년 남짓 밖에 안될 정도로 오래 일하기 만만치 않은 아마존에서 12년을 일했던 저자의 경험으로 아마존 문화를 소개하는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는 아마존 문화에 대한 디테일이 많다. 12년이라는 세월의 힘이 느껴진다.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시리즈 형태로 정리해볼까 한다.

저자 박정준씨가 소개한 아마존 문화 중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신입 사원에게 회의를 주재하도록 하고, 의사 결정권까지 준다는 것이었다. 이게 가능한게 싶기는 한데, 저자는 이걸 직접 경험해봤다고 한다. 저자는  아마존에 입사한지 2주째부터는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되었다. 

첫번째로 맡은 일은 아마존 브라우즈 서비스에 대한 테스팅 자동화 업무였다. 브라우즈 서비스는 고객이 아마존에서 원하는 제품을 최대한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품 검색 및 분류 등의 모든 기능을 포함했다. 기존의 기능과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새로운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를 수동으로 확인하는 대신 자동으로 해당 기능들을 테스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완성도를 확인하는 것이 아마존에서의 나의 첫 임무였다.

다소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 업무에 대한 전권이 일한지 일주일밖에 안된 나같은 햇병아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게 아마존의 방식이었다. 상사인 톨슨은 조언자와 매니저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톨슨의 조언에 따라 우선 테스트 계획 문서를 만들었다. 물론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사내 위키에 존재하는 정보들을 먼저 공부하고 관련 사람들에게 한명씩 만남을 요청해서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가 걸려서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할지를 설명하고 실행될 테스트 케이스들을 나열한 6쪽짜리 문서가 완성되었다.

이후 관련 회의들이 진행됐는데, 신입 사원이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여전했다.

톨슨에게 한차례 검증을 받아 수정한 뒤에 문서를 첨부하여 직접 관련자들에게 회의 초청을 보냈따. 그리고 회의날이 되었다. 다시 긴장은 했지만 다행히 회의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이후 남은 것은 계획 문서대로 테스트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하는 일이었다. 테스트가 3분의 2 정도 진행되었을때 개발팀 매니저인 브라이언이 소집한 회의가 열렸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최대한 빨리 론칭해야 하는 상황이라 테스팅팀의 오케이를 받으려는 것이 해당 회의의 목표였다. 아무래도 내가 시간을 너무 끈 모양이었다. 지금 상태로 론칭이 가능한지를 나에게 물었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테스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약간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을 뿐인데 일이 조금 커졌다. 이어서 일주일의 테스트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따. 그리고 브라이언이 별로 밝지 않은 표정으로 론칭 날짜를 일주일 뒤로 옮기겠다고 결정하고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사실 나는 현재 테스팅 상황을 보고하고 최종 결정은 매니저들이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사한지 한달이 채 안된 신입 사원의 말 한마디에 오랫동안 준비된 프로젝트 론칭이 연기된 것이다. 혹시 실수를 한건 아닌지 어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날 오후에 브라이언이 날 찾아왔다. 원하면 크게 문제가 될것 같지 않으니 그냥 론칭하라고 말하려던 차에 그는 자판기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며 뜻밖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아마존이 강조하는 리더십 14개 원칙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는 13번째 원칙인 강골기질: 반대하되 헌신하라'를 인용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항상 사실을 이야기해달라는 격려의 말을 얹었다.

아마존 문화의 이같은 스타일과 관련해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한다.

내가 살아온 사회는 말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 원칙은 거창하지만 그걸 진짜 믿고 지키면 바보가 되는 사회였다. 교실에 걸려 있던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자같은 급훈을 친구에게 인용하다가는 시답잖은 취급을 당할게 뻔했다. 그런데 아마존의 원칙은 진짜였다. 이곳 사람들은 그 원칙을 정말 믿었고 그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이상하거나 유치한 행동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던 세계와 이곳 아마존의 차이를 한마디로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말과 행동의 거리다. 한마디로 아마존은 말과 행동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곳, 능력과 청렴성이 우선인 곳, 주체적으로 일하는 곳, 그리고 원칙이 정말로 지켜지는 곳, 이것이 내가 받은 아마존의 첫 인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낯설었던 문화는 점점 나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아마존이라는 정글에 나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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