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과 함께 애플을 만든 공신 중 하나인 공급망 혁신의 비밀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 지휘봉을 잡을 사령탑은 iOS 소프트웨어 전략을 총괄하던 스콧 포스톨이나 제품 디자인을 이끌던 조너선 아이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운영 총괄인 팀 쿡에게 자신에 이어 애플의 미래를 맡겼다. 당시로선 의외의 결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것은 스콧 포스톨이나 조너선 아이브에 비해 쿡의 주특기인 운영은 애플의 핵심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 CEO 팀 쿡의 성향과 그가 이끄는 애플을 다룬 책 린더 카니의 '팀 쿡'을 보면 스티브 잡스에게 운영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 부분에서 쿡이 거둔 성과는 포스톨이나 아이브가 한일에 비해 밀릴 이유가 없었다. 죽어가던 애플이 화려하게 부활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히트작들을 쏟아내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오르는데 있어 운영 부문의 효율성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고, 팀 쿡이 운영 부문 임원으로 합류하기 직전, 프로세스와 관련해 애플이 처한 현실은 이랬다.

1993년 애플은 파워북 랩톱을 출시하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비 애플은 제품을 넉넉히 준비해 두었지만 예상과 다른 실적에 재고가 과도하게 쌓이는 몸살을 앓았다. 그보다 더 처참한 일은 1995년에 발생했다. 자사의 차세대 파워맥에 대한 수요를 부적절한 정도로 너무 적게 잡아 보수적으로 생산 주문을 넣은 것이다.  그 결과 공급망의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제때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1995 파워맥에 대한 고객들의 선주문은 인상적이었다. 고객의 책상에 단 한대도 놓여 있지 않은 상황에서 15만대에 달하는 매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열악한 예측력 때문에 생산이 수요를 따르지 못했고 고객들은 종종 제품을 손에 넣기 까지 두어달을 기다려야 했다. 업계 전문지 서플라이체인다이제스트는 이를 사상 최대의 공급망 재난이라고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애플의 실수를 깨달음과 동시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스핀들러 애플 CEO는 1996년초  애플의 CEO 자리에서 쫗겨났다. 1997년 잡스가 애플로 돌아왔을때 그는 같은 실수는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애플이 직접 쿡에게 접근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쿡의 합류와 함께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쿡은 잡스가 제품을 줄이기 위해 이용한 선택과 집중 방식을 차용해 함께 일할 소수의 공급 업체를 선별했다. 그는 모든 공급 업체를 일일이 방문해 유리한 거래를 이글어내는 한편 상대방에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당근도 제공했다. 쿡은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아웃소싱을 단행했다. 예를 들어 아이맥 G3는 처음에는 거의 전 부분이 애플의 자체 공장에서 제조되었다. 쿡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제품의 생산 대부분을 LG전자에 위탁했다. 그는 또한 랩톱의 생산도 대만의 두기업에 위탁했다. 전문가용 파워복은 퀀타에, 소비자 지향 아이북은 알파톱코퍼레이션에 말이다.

쿡은 외부의 파트너 기업에 생산을 위탁함으로써 애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를 해결했다. 바로 재고 누적 문제다. 그동안 회사는 한쪽 끝에는 부품을, 다른 한쪽 끝에는 팔리지 않는 컴퓨터를 쌓아 두여야 했으며, 그런 부품과 컴퓨터를 쌓아두는 창고로 수년에 걸쳐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재고 관리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1996년 애플을 파산 직전으로 몰고간 원인중 하나가 바로 그 팔리지 않는 컴퓨터의 엄청난 재고이지 않았는가. 하지만 쿡이 장악한 새로운 체제의 만트라는 재고는 적을수록 좋다였다. 

창고가 있으면 재고가 쌓이기 마련이지요. 쿡이 한 말이다. 우리는 제조 공장에서 고객에게 곧바로 배송하는 방식을 취하기 시작했어요. 잡스가 조잡한 디자인을 경멸하는 것 못지 않게 쿡은 과도한 재고를 증오했다. 심지어 그는 과도한 재고가 회사의 재정을 좀먹는다는 이유로 그것을 도덕적 관점에서 투명해 근본적으로 악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제고 관리가 이상적으로 이뤄지려면 판매량에 대한 사전 예측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그 부분과 관련해 그리 자랑스럽지 못했다. 각기 다른 시점에 판매량을 너무 적게 또는 너무 많이 예상해 낭패를 본 길고도 슬픈 역사가 있었다. 

쿡은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SAP에서 개발한 최첨단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애플의 부품 공급 업체와 조립 공장, 그리고 전매 업체의 IT시스템을 서로 연결시켰다. 이 복합 시스템 덕분에 쿡의 운영팀은 원재재에서부터 얼마전 신설한 온라인 스토어의 고객 주문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에 대한 극도로 상세한 조감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것은 R/3 ERP가 애플의 새로운 린 방식인 JIT 생산의 중추 신경망이 된 것이다.

부품을 필요할때만 공급 업체에 주문했고 제품은 즉각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로만 생산했다. 다량으 데이터로 무장한 애플의 운영팀은 상세한 주간 판매 예측과 소매 채널의 정확한 비축량을 토대로 주문을 발주하며 생산량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1999년 애플의 재고는 단 2일치로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해당 부분에서 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델이 업계의 황금 표준으로 통하던 시절에 이룬 실로 놀라운 성과였다. 

조너선 아이브의 산업 디자인팀이 훌륭햔 제품을 만들어냈듯이 쿡의 운영팀은 그것들을 빈틈없는 보안 속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지체 없이 세계 전역의 매장에 배포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애플은 신제품을 출시할때 철저히 비밀에 부치다가 판매 시점에 이르러서야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백만대의 기계가 은밀히 제작되어 세계 전역의 매장으로 운송되는 그 쉽지 않은 과업을 쿡의 팀은 훌륭히 해내곤 했다.

쿡은 단지 생산 프로세스를 능률적으로 바꿔 효율을 높여놓은 것만은 아니다. 그는 실로 애플의 모든 업무를 혁신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아이맥 G3의 선적과 관련해 업계의 허를 찌른 일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애플은 아이맥을 주력 상품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회사는 그러기 위해 가능한한 신속하게 많은 사람의 책생위에 그것이 놓이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쿡은 추수감사절에서 신년초에 이르는 그 중요한 축제 시즌에 고객에게 컴퓨터가 시기적절하게 배송되도록 1억달러 상당의 항공화물 공간을 수개월 앞서 미리 예약했다. 

이 전례 없던 조치는 애플에 큰 성과를 안겨주었다. 덕분에 애플은 제품을 빠른 속도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한편 컴팩과 같은 경쟁사는 갑작스러운 선적 공간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선적 공간을 예약하는 애플의 새로운 접근은 여타 기업에게도 자체의 사업 운영 전략을 재고하도록 이끌었다.  쿡은 그렇게 애플의 사업 운영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 업계 전반의 생산 프로세스 관리와 해당 프로세스에 대한 인식까지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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