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신뢰 패러다임의 등장, 그리고 불확실성의 딜레마

레이첼 보츠먼이 쓴 '신뢰이동'에 따르면 신뢰은 지역을 거쳐 제도로 이동했고 이제는 분산적 신뢰 패러다임이 맥 태동하는 시기다. 저자는 여론 조사를 근거로 한시대를 풍미해온 제도와 전문가 중심의 신뢰 패러다임은 해체되고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2017년 여론조사 결과의 제목은 의미심장하게도 위기에 처한 신뢰였다. 결과만 살펴보자. 네가지 주요 기관인 정부, 미디어, 기업, 비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기관은 미디어로 조사 국가의 82퍼센트에서 주요 불신 대상으로 꼽혔다. 영국에선 미디어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6년 36퍼센트에서 2017년 24퍼센트로 감소했다.  에달만의 회장에자 CEO인 리처드 에델만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미디어가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자기 관계적인 미디어와 또래 집단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종종 아는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강화하려고 한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한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결과는 역사상 가장 큰 신뢰 이동 현상이 나타났다는 첫번째 증거다. 이제 신뢰와 영향력은 엘리트 집단과 전문가, 정부 당국보다는 가족과 친구, 동료, 심지어 낯선 사람 같은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개인이 기관보다 중요하고 개별 고객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브랜드를 정의하는 시대다.

역사를 돌아보면 신뢰히는 세개의 장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지역적 신뢰다. 두번째는 제도적 신뢰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직은 초보 단계인 분산적 신뢰다. 공유 경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등은 모두 큰틀에서 분산적 신뢰의 영향력을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제 막 태동한 만큼, 분산적 신뢰를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여전하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 기술에 의존하는 신뢰는 미래가 아니라는 주장도 눈에 띈다.

분산적 신뢰는 단순히 기술 자유주의 새로운 이상이 아니다. 분산적 신뢰라고 해서 실패할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윤리적이고, 도적적인 측면이 있지, 기술에 있지 않다.

초기 단계에서의 흔한 개입과 마찬가지로 분산적 신뢰는 산만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분산적 신뢰 이론에 관해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집에서 뛰어다니는 두 아이를 돌보면서 경계를 넓히고 끊임없이 협상하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고, 아이들과 꼭 지켜야할 규칙과 무사해도 되는 규칙을 알아내려고 시도하는 경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산적 신뢰의 세번째 문제는 봇부터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을 익명화하거나 다른 사람을 신뢰할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하려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란 뒤틀기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한 존재이지만 신뢰를 가능하게 해주는 주체도 바로 인간이다.  기술이나 수학이 아니다. 인간 편집자보다 자동 검색 엔진을 신뢰하거나 아바타나 프로그램으로 설정죈 알고리즘이 관리자 역할을 대신하면 신뢰가 정지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인간의 실망과 경이는 어떻게 될까? 이것은 신뢰를 배우는 과정이지 신뢰 그 자체가 아니다.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은채 신뢰를 얻고 다시 회복하는 기술을 어떻게 기를 수 있겠는가? 

때로는 신뢰를 회복하려면 느린 치유 과정과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인간이 기계와 알고리즘에만 의지해서 누구를 신뢰할지 결정할 정도로 자동화된 세상에 살게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세상에는 물론 불확실성도 없고 인간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색채와 운동도 없을 테지만 우리가 운전대에서 손을 너무 많이 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언제 어디서 컴퓨터 코드를 신뢰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탈중앙화 개념에 대해선 저자는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한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소유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럴 경우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 DAO 펀드와 비트코인처럼 관료 제도와 강력한 게이트키퍼에 도전하는 개념조차 때로는 하향식 의사 결정을 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DAO 펀드가 도산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가? 개인, 곧, 이더리움의 설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을 불러냈다. 부테린은 하드포크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네트워크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어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두손 들어 포기하고 이건 그 사람의 생각이었다고 말하거나 여기 책임자가 누구인가라고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적어도 당장은 호의적인 지도자,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줄 궁극적인 의사 결정권자를 원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기의 유토피아적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채굴 권력은 결국 중국에 위협하게 집중되어 비트코인의 기본적인 세계화 이념을 거슬렀다. 처음에는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방대하고 다채로운 개념을 교환하고 정보의 탈중앙화가 일어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현재 소수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유형의 동종 선호와 중앙 집권화 현상이 일어났다.

저자는 분산적 신뢰의 방향에서는 디테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기술에 신뢰를 의존하는 것은 위바람직하지 않으면, 분산적 신뢰의 중심은 사람이라고 강조하지만 분산적 신뢰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관적이라고 해도, 좀더 디테일하게 방향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마무리는 좀 아쉽다.  알고리즘을 신뢰하는 흐름이 확산될 거 같은데, 기술 앞에 수동적이지 말고 깨어 있는 개인이 되도록 노력하자는게 저자가 하고 싶은 말같기도 하고...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단순하게 답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질문은 인간의 결정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기술은 우리가 더 좋고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상대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따라서 신중해야 한다. 분산적 신뢰에서는 신뢰 휴지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자도응로 누르고 옆으로 넘기고 공유하고 수용하기전에, 점시 차분히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판단에 도움이되는 적절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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