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동차 회사를 얕봤다가 생각을 바꾼 이유

구글은 관계사인 웨이모를 통해 자율주행 기반 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지 이미 오래다. 자동차 생태계에서 구글은 이미 대형 변수로 부상했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구글과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짜일것인지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거는 같은데, 어느쪽에 무게가 실릴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GM에서 연구 개발 부문을 총괄했고 지금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웨이모의 고문으로 있는 로렌스 번스가 쓴 책 '오토노미:제2의이동혁명'을 보면 구글은 자율주행차 프로토타입을 처음 개발할 당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실리콘밸리는 자동차 회사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보수적인 데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싫어할 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혁신하는 방법을 몰랐다. 적어도 사회적인 파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그런 혁신, 지난 반세기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수없이 등장했던 그런 혁신은 할줄 몰랐다. 스마트폰이 됐건 인터넷이 됐건 말이다.  

쇼퍼 팀원들은 헨리 포드는 놀라운 혁신가였지만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디트로이트의 혁신 정신이 시들어 버렸다고 여겼다. 그들은 포드의 정신을 잇는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대개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고 믿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 대부분을 직접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구글의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파이어플라이 개발 과정은 크리스 엄슨과 브라이언 셀레스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두 사람은 기존의 제조 업체들이 왜 그토록 오래 걸렸는지 비로소 이해했다.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었다. 어려운 부분은 자동차 업계에서 자동차의 다양한 부품을 경화(harding)한다고 표현한다는 과정이다. 디트로이트의 엔지니어링 부문 인재들이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5만 마일을 달리는 과정에서 시애틀의 폭우, 애리조나의 사막, 미세소타의 한파, 노스캐롤라이나의 돌풍, 멕시코만 연안의 허리케인 등 어떤 조건을 맞닥뜨리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부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바로 경화다. 파이어플라이를 개발하면서 살레스키와 엄슨은 존경심에 담긴 시선으로 디트로이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는 웨이모를 분사시키면서 CEO로 포드 출신의 크라프칙을 영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크라프칙이 웨이모의 CEO가 된건 상당히 주목할만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구글의 경영진이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음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경험 부재는 그동안 쇼퍼 팀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디트로이트의 비즈니스 방식을 모른다는게 자산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크라프칙은 자동차 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웨이모의 CEO가 된 사건은 어쩌면 이번 모험이 반드시 실리콘밸리와 디트로이트의 대결 구도로 진행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와 디트로이트 양측 모두가 자동차 산업의 낭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전문 지식을 갖고 있었다. 크라프칙의 채용은 곧 구글의 설립자들이 어쩌면 아주 어쩌면 그들에게 디트로이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주 영리하게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후 구글은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테스트에 투입된 차량은 아마도 구글과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각자의 주특기를 섞어서 만들었지 싶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전기차에 자율주행기술을 융합하는 개념으로 구글이 설계과 기획을 다하고, 자동차 회사는 단지 생산 역할만 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판 픽셀 스마트폰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런 상황에선 업체들간 역학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읽은 책 '2022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 저자의 경우 자동차 시장에서 서비스의 부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본다.  자동차를 서비스로 쓰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완성차 제조사와 서비스 회사간 관계는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 간 그것처럼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서비스가 회사가 갑이고, 제조사는 을이 될 거란 얘기다.

자동차를 오너카와 서비스카로 분류한다면 가까운 미래가 될 서비스카의 세상에서는 완성차 제조사와 공유 서비스가 현재의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 회사의 관계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내 예상이다.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보잉인지 아닌지, 보잉이라면 무슨 기종인지를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지는 것은 JAL인지 ANA인지 싱가포르 항공인지 같은 운영사 쪽이다. 똑같은 현상이 자동차 업계에사도 일어날 것이다. 적어도 서비스카에서는 도요타, 벤츠, 포드와 같은 완성차 제조사  브랜드가 그다지 의미를 갖지 않게 된다. 공유 서비스 회사가 어디인지가 가장 중요하며, 어느 제조사의 자동차인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확산되면 서비스 세력의 파워는 더욱 높아진다.

소프트웨어보다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가 확실히 온다. 왜냐하면 완전 자율주행은 어어떻게 운전하느냐가 아니라 그 공간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장에서도 설명했지만 구글 등이 목표로 하는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자동차는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니라는 말이 현실화된다. 

최대 핵심은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바뀌는 것이다. 이 주제에 명쾌한 대답을 내어 고객의 지지를 받는 것은 기존 자동차 회사도 테크놀로지 기업도 아닐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차세대 승차 공유 회사가 아닐까 한다. 사람이 운전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GM은 발 빠르게 페달과 핸들이 모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차내 공간을 시각화해 선보였다. 그런 공간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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