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가 파레토의 법칙을 비판하는 까닭은?

살면서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처럼 숫자에 대한 설명과 해석으로 도배된 책을 다시 읽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화장실에 가면 휴지가 있고, 밥먹으면 배부르다처럼 당연한 것 같은 현상을 통계와 분석으로 증명하려는 저자의 집념에 대해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분석하고 또 분석하는 피케티의 집념에 걸려 의문의 1패를 당하는 이들도 있으니 바로 지니계수를 만든, 지니와 파레토의 법칙으로 유명한 빌프레드 파레토다. 

특히 이탈리아 인구 20%가 부의 80%를 갖는다고 주장한 파레토의 경우 피케티에 의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쓴소리까지 듣게 된다.

잠시 논의를 멈추고, 불평등에 대한 통계적 측정과 관련된 방법론적, 역사적 문제들을 짚어보자.

지니 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하나의 수치로 나타니개 위해 고안되었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단순화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해석하게 어렵게 묘사한다. 

"1890년에서 1910년 사이에 유명한 파레토의 법칙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 그의 주요 저작들이 발간되었다. 두 차례 세계 대전 사이의 기간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은 파레토의 엘리트 이론을 채택해 널리 알렸다. 분명 파시스트들은 파레토의 명성을 이용하려고 했겠지만 파레토가 1923년 죽기 직전에 무솔리니의 집권을 지지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파시스트들이 안정적 불평등과 이를 바꾸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파레토의 이론에 끌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피케티가 정치적인 성향을 이유로 파레토의 이론에 칼날을 들이대는건 아니다. 통계적인 근거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 비판의 이유였다.

"지난 역사를 고려하며 파레토의 저작을 읽을 때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자신의 안정성 이론을 지지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레토는 당시에 구할 수 있었던 프로이센 주, 작센 주 뿐만 아니라 스위스와 이탈리아 몇몇 도시의 자료에 기초한 1880~1890 사이의 세금 자료를 사용했다. 파레토가 활용한 정보는 빈약했고 기껏해야 10년의 시간을 다루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정보는 불평등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경미하게 보여주었는데, 파레토는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 어째튼 그러한 데이터는 분명, 전 세계의 장기적인 불평등 차이에 관한 어떤 결론에 대해서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파레토의 법칙에는 그의 정치적인 선입견도 반영됐다는 것이 피케티의 지적이다.

"파레토는 무엇보다도 사회주의자들을 경계했고 자신의 이론이 이들에게 재분배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까봐 염려했다. 이런 면에서 파레토는 그가 존경했던 프랑스의 피에르 르부아볼리외 같은 동시대의 동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레토의 사레는 사회과학에서 수학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결과 때로 나타나는 영원한 안정성에 대한 강한 환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파레토는 소득계층의 위쪽으로 올라갈 수록 납세자의 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이후에 파레토의 법칙으로 불리게 된 혹은 일반적인 함수의 한 예로 멱법칙이라고 알려진 수학 법칙을 통해 이러한 감소의 속도를 대강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이러한 함수들이 부와 소득의 분배를 연구하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멱법칙은 이러한 분포의 상위 꼬리 부분에만 적용되며, 그 관계는 대략적이고 국지적으로만 유효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1세기 자본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일궈낸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건 몰라도 세상이 불평등해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동원한 분석의 폭과 깊 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사회나 경제 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들의 입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는 파레토가 살아 있었다면 피케티의 반박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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