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저격수 루비니의 고삐풀린 금융자본주의 비판론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4월초 열리는 분산경제포럼에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토론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거 같지는 않다.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해보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다.

2008년 금융 위기를 미리 경고한 것으로도 유명한 루비니 교수는 그동안 암호화폐에는 내재 가치가 없고, 암호화폐 세계의 부가 소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하게 비판해왔다.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대해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루비니의 비판은 특히 디테일하고 직설적이다. 그는 암호화폐 세계의 용어를 섞어가며 부테린 등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려왔다.

그는 왜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일까? 그의 경제론을 알면 암호화폐를 향한 직격탄을 이해하는데 살짝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루비니는 강력한 금융 산업 규제론자다. 금융에 대한 규제 수위를 지금보다 확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미흠과 루비니가 함께 쓴 책 '위기경제학'에 따르면 루비니는 금융 서비스 시장에 과도한 자유가 주어지면서 거품이 발생했고, 도덕적 해이가 생겼지만 정부가 이를 감시할 장치를 상실하면서 금융 위기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위기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아니라 고삐를 풀어주면 수시로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에 대한 규제는 풀어주면 안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유주의적인 코드가 지배하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비판도 이런 스탠스에서 나온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루비니는 과도한 금융 시장의 자유가 몰고올 위험을 반복해서 경고한다.

증권화는 그가 특히 위험하다고 꼽는 키워드다.

빠른 증권화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빠른 증권화 덕분에 모기지 같은 비유동화 자산이 이제는 한데 모여 시장에서 교환 가능한 유동 자산으로 바뀔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상품은 새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MBS다. 증권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금융 회사는 신용카드 대출,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같은 소비자 대출이나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의 증권화에 맛을 들이게 되었다. 기업 대출도 증권화되었으며, 레버리지론, 산업 및 상업 대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금융혁신의 위험은 금방 이해가 된다. 기묘하고 복잡하며 유동성도 부족한 파생상품을 통해 잘게 쪼개진 신용 위험을 세상에 뿌리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상품은 극악할 정도로 복잡해서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그 위험성 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실제 시장 가격 대신 금융 회사들이 의지하는 수학적 모형을 통해 가격을 매겼다. 불행히도 이러한 모형은 실제의 위험을 과소 평가한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한 것이었다. 실제 결과는 완전히 불투명했고 알수 없는 금융 시스템은 종말을 향해 치달았다. 이러한 상황은 독특하고 전례 없는 것으로 보일 수있으나 단지 특정한 측면에서만 그러할 뿐이다. 투명성의 결여와 위험에 대한 과소 평가, 새로운 금융 상품의 취약점에 대한 무지는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위기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되어온 문제였던 것이다.

사실, 금융혁신이란 채권자가 위험감수에 대해 고민하는 문제를 듣기 좋게 바꿔놓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돈을 빌려주고, 장부에 기록해 놓는 대신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은 신청자의 신용도에 관계 없이 돈을 대출해주고, 모기지,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같은 모든 대출을 월스트리트에 집중시킨다. 그곳에서 대출금은 복잡하고 이상야릇한 증권으로 탈바꿈하여 실제 대출이 안고 있는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전세계의 어리석은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간다. 이러한 증권화야 말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게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은행과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은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막대한 수수료만 챙겨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 위기는 금융 시장의 자유가 도적적 해이와 합쳐질때 정점으로 치닫는다. 그의 눈에 금융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도덕적 해이는 특별히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는 일반화된 현상이다. 이는 금융회사가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 때문인데, 투자 은행이나 헤지펀드, 그외 다른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트레이더나 직원은 단순히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받기 보다는 연간 보너스라는 성과보상 시스템을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이러한 관행은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된 일이고, 최근 몇년 사이 그 액수도 크게 올라갔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와 같은 모든 주요 투자은행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2005년 이 5대 회사에서 지급한 보너스는 물경 250억달러에 달하며 2006년에는 360억달러였다. 그 이듬해에는 38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보너스 시스템은 1년간 발생하는 단기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위험 부담이나 대규모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부추겼다.이론적으로 보면 이러한 도덕적 해이의 발생은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냐고? 그 해답은 경제학자들이 주인-대인 문제라 부르는 문제속에 숨어 있다. 대기업에서 주주나 이사회의 이사같은 회사의 주인들은 일종의 대리인인 경영진을 고용해서 경영을 맡기고 이익을 올리기를 기대한다. 불행이도 대리인은 항상 주인보다 회사 일에 대해 더 잘 알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리인 개인의 이득을 더 추구하게 되면서 회사에 악영향을 줄수도 있다. 

도적적 해이를 막기 힘든 구조적인 이유들도 많다. 망해도 누가 도와줄것이란 인식이 뿌리를 내린 것도 큰 문제다.

모든 금융기관이 예금자 보험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기억해야만 하는 위기 상황에 대한 교훈은 한가지 있다. 바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최후의 대부자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대공황 이후,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시장에 개입해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해왔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연방정부가 관여해서 민간부문의 회생을 도왔던 것인데, 이러한 일은 최근의 위기 상황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연방준비은행이 예금자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투자 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을 위해 전례 없는 유동성 자금을 지원해 줬던 것이다.  최후의 대부자가 존재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대량 인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 준비를 등한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예금주들이 자신의 돈을 맡고 있는 사어을 감시해야할 최소한의 유인마저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예금자들은 위기가 닥치면 전세계의 중앙은행들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규제다. 비트코인도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을 표방하고 있는데, 루비니가 그걸 인정해주는 것 같지 않다.

회복의 길은 아주 멀다. 먼저 트레이더와 은행가의 보수는 주주의 이해관계와 충돌이 없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것은 반드시 보수를 깎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를 깎는 것이 다른 이유에서 바람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금융기업의 임직원이 장기적으로 자신 기업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수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화 역시 완전히 재정비 되어야 한다. 은행으로 하여금 증권화의 위험 일부를 계속 보유하도록 하는 단순한 방법으로는 충분치 않다. 훨씬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증권화는 지금보다 훨씬더 투명해지고 표준화되어야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증권 상품의 유통은 엄격한 규제속에 관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권화의 대상이 되는 대출이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기지와 기타 대출은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프라임등급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에 따라 위험하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알려져야한다.

장외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사실상 비밀리에 거래되는 상품과 다를바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시장으로 끌어내어 중앙거래소에서 거래되도록 해야 하며, 그 내역 역시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내용은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더불어 파생상품 규제는 단일 감독기관에 의해 통합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좀더 근본적인 개혁이 실행되어야 한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같은 대마불사 기업은 해체되어 부문별로 분리되어야 한다. 많은 작은 금융기업들 역시 해체될 필요가 있다. 미국 의회는 10년전 폐지된 글래스 스티걸 법을 부활시키되 은행만이 아닌 그림자 은행 시스템까지 관장할 수 있을 정도로 더 강력해지고 개선된 형태로 부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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