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에서 CD팔던 징둥이 중국판 아마존이 되기까지

중국 2위 이커머스 기업 징둥닷컴은 2분기 실적 집계 결과 순손실이 예상치의 두배 수준인 3억3440만달러를 기록했다.연간 순이익이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경쟁사 알리바바를 상대로 명함을 내밀기는 민망한 손익계산서다. 

하지만 텐센트, 월마트, 구글 등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징둥에 거액을 투자한 것은 손익 계산서에서는 볼 수 없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징둥은 그저 알리바바에 이은 중국 넘버2 이커머스 회사로만 봐왔는데, 텐센트나 월마트의 베팅까지 이끌어낸 징둥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최근 읽은 책 징둥닷컴 이야기를 보니 징둥은 비즈니스 스타일이 중국판 아마존에 가깝다. 가격과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대단한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한다. 갈때까지 가는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쟁에 직면 했을때, 일단 지르고 본다.

징둥은 출발부터 이커머스로 시작한 아마존과 달리 오프라인 출신이다. CD 등 컴퓨터 제품을 주로 팔던 중소 오프라인 유통 회사로 시작해 거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살짝 오바하면 용산 전자상가에서  조립 PC 팔던 회사가 지금, 지마켓이나 쿠팡과 자웅을 겨루는 수준의 회사로 성장한 셈이다. 징둥의 행보는 월마트의 온라인 전략과도 차이가 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을 지키면서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는데, 징둥을 오프라인을 아예  버리고 온라인에 올인했다. 징둥은 과거와 확실하게 결별했다.

온라인 중심으로의 전환은 2004년 시작됐다. 2004년 컴퓨터 통신 기기 중심의 이커머스로 환골탈태했고 2007년은 아마존처럼 다양한 물건을 파는 종합 쇼핑몰로 변신했다.

2004년에 류창둥은 직원들을 소집해 회사의 향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회의 주제는 바로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을 과감히 접고 순수 온라인 소매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류창둥이 온라인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주장한 이유는 우선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사용자 경험 효과가 생각만큼 뛰어나지 않다는데 있었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이용하면 가격 흥정이나 진품 여부를 고민할 필요 없이 편안한 곳에 앉아 훨씬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게다다 영수증도 정식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또한 징둥의 온라인 성장 속도가 오프라인을 훨씬 웃돌았던 점도 류창둥이 결심을 굳힌 또 다른 이유였다.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한 징둥은 마진을 남기는 소매의 기본과는 거리를 뒀다. 적자를 보더라도 규모를 중시하는 아마존 스타일을 추구했다. 특히 최저가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적자가 반복됐다.

징둥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가격 결정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파워라고 확신했다. 특히 신규 진입자로서 급진적인 방식을 취해야 했다. 경쟁 업체가 최대 50% 할인가로 판매하면 징둥은 최대 52% 할인에 들어가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징둥닷컴이야기의 저자도 징둥과 아마존은 유사한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우선 모두 종합 쇼핑몰로서, 원스톱 쇼핑의 플랫폼을 제공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제품의 직접 구매, 직접 판매 방식을 택하고 공급 채널을 장악함과 동시에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제3자 거래가 가능토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제프 베조스와 류창동의 사고 방식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어쩌면 류창둥이 제프 베조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게 더 정확할 수 있겠다. 그 영감이란 배로 소매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논리는 이렇다. 투자 유치로 규모를 키우고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이윤추구 보다는 사업 팽창에 혼심의 힘을 다해 주력한다는 것이다

2007년에 류창둥은 자립식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창고 배송 단일화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는 아마존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마존의 물류는 창고 저장에 역점을 두었고 마지막 1km(라스트 마일) 배송은 유피에스와 페덱스를 통해 해결했다. 

물류와 배송 시스템에서 징둥의 공격성은 두드러진다. 아마존보다 일찌감치 자체 배송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로켓배송과 유사한 고속 배송 정책도 2010년에 도입했다. 상당한 투자를 요하는 카드였고, 이것은 지금도 징둥의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고배송 단일화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한 도시에서 매일 20건을 배송하면무조건 마이너스였고, 하루에 최소 2000건을 배송해야 손익을 맞출 수 있었다. 류창둥이 자립식 물류 센서 구축을 결심한 첫번째 이유는 고객의 불만 사항 중 절반 이상이 배송 지연이나 제품 파손 등 물류와 관련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물류 업계의 거친 행태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제품을 하역하거나 쌓을 때도 제멋대로 였고, 아예 택배상자를 화물차 위나 땅으로 내던지는 일도 예사였다.

2010년 징둥은 211 배송 보장 정책도 들고 나왔다. 고객이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이틀날 오후 3시전에 배송되며 오전 11시전에 주문하면 당일 배송되는 서비스다. 몇몇 관리자는 211 배송 정책이 추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국 허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류창둥은 211 정책을 적극 지지했고 모든 영역에서 동종 업게 경쟁사보다 탁월한 면을 보여야 브랜드 명성을 높이고 벤치마크 대상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자가 계속되면 투자자들도 예민해지고, 주변에서 우려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징둥 창업자 류창둥은 성장 우선 주의를 고수했다. 제프 베조스에서 묻어나는 독재형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2007년에 징둥이 종합 쇼핑몰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미미하나마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 3C 제품의 표준화 수준이 높아져서 운영원가를 통제한다면, 영업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3C 제품만 판매하면 수많은 택배원을 고용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종합 쇼핑몰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며, 적자가 나는 기간도 그만큼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그의 경영철학은 이익을 주머니에 놓고 보관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더욱 광활한 토지를 개간하고 확장해서 이익과 자원을 마치 씨앗처럼 넓은 토지에 골고루 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창둥은 급성장한 창업회사 일수록 절대적인 통제력으로 회사를 진두지휘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회사가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윗사람 지지에 불응하는 회사라면 앞날이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민영 기업에는 독재가 필요하며 민주적인 운영 방식이 오히려 회사를 망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징둥은 창업주가 전략적인 측면과 사용자 경험에 있어 절대적 독재권을 행사함으로서, 임직원이 사용자 경험을 소홀히 여겨서도, 그 원칙을 위배해서도 안된다고 철석같이 믿도록 만들었다.

징둥의 기업 문화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끈 현대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창둥도 정주영 회장이 소판돈 36원을 들고 도망쳐 거대 기업을 일군것과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1989년 여름, 중학교를 졸업한 15세의 류창둥은 가족에게 말한마디 남기지 않은채 혼자 가출을 감행한다. 장시주장의 후베이 황매이현에 친척을 만나러 간 것이다. 사실 한참 전에 아버지는 그가 쑤첸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상하이에 같이 놀러가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계속 약속을 어기자 크게 실망한 그는 50위안을 챙겨들고 세상구경에 직접 나서기로 결심한다. 이 50위안은 평소 외할머니가 준 용돈을 아껴서 모아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창업 초창기 징둥의 기업 문화도 좀 오프라인 스럽다. IT기업보다는 제조업 스타일이 많이 엿보인다.

야근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직원들은 과자나 국수 등으로 대충 허기를 때우는 날이 많았다. 저녁 9시 넘어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류창둥은 직원들과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그러다 식사 도중 구내 식당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듣고는 즉각 반영하기도 했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세번은 항상 이렇게 같이 식사를 했다. 이른바 징둥 줄문화의 기원은 여기서 시작됐다. 영업에는 이레 술이 따라붙기 마련이고, 특히 제조 업체나 유통 업체와 안면을 트고 거래하려면 술자리를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바이주를 물먹듯 들이붓는게 다반사였고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을 보곤 했다. 이러한 징둥 술문화는상당이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최근 2년전부터 조금씩 퇴색하긴 했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조직 문화도 점차 건전하게 바뀌고 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현금 흐름을 유지하면서 징둥이 계속 성장세를 이어갈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아마존도 적자를 면하는데 십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마존이 적자를 감수하고 규모를 키우는 전술로 결국에는 판을 장악했다고 해서 징둥도 그럴거라고 낙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래도 알리바바 뒤를 따라가는 넘버2 이커머스 회사가 아니라 알라바바와는 다른 DNA, 다시 말해 대단히 아마존 스러운 공격모드로 알리바바와 경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징둥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관점에서 징둥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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