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의 딜레마, 누구 주도로 어떻게 인프라 깔아야할까

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스마트시티는 IT업계에도 중량감 키워드로 부상했다. 지금으로선 스마트시티를 한마디로 정의가 참으로 애매하지만, 기술이 도시 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만큼 분명하지 싶다.

그렇다면 결국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이와 관련한 답을 내놓는 것이 의외로 만만치가 않다. 스마트시티는 산업 정책으로서의 성격도 있지만 큰틀에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다. 

정부가 강조한대로 민관 협력,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플랫폼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만들자는 총론에 토를 다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각론에선 스마트시티에 가급적 물건을 많이 팔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시티가 민간 기업들의 밥그릇을 빼앗는것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질 수 있다. 민관 협력이 잘 이뤄지면 좋겠지만 100% 호흡을 맞춰 움직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시티를 떠받칠 인프라도 정부와 민간 기업의 이해환계가 일치하지 않는 영역일 수 있다. 올초 스마트시티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전문가분께 스마트시티에 핵심인 클라우드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물은적 있다. 민간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하는지가 핵심이었다.  전문가분의 대답은 직접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이슈가 단지 클라우드로만 끝나지는 않은 것 같다.  앤서니 타운센드가 쓴 '스마트시티 더 나은 도시를 만들다'를 읽으니, 바람직한 스마트시티 인프라 전략은 정부과 지자체 주도에 가깝다. 민간 기업들이 보면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아우성을 칠것 같은 정도다. 그럼에도 저자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에 해당하는 부분을 민간 기업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스마트시티에서 시 정부는 어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소유하고, 어떤 것들을 민간 회사들에게 내어줄 것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재정적 압박을 더 크게 받게 됨에 따라 가장 기본적인 스마트 시스템조차 외주와 민영화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단기적 비용 절감 효과는 일단 자기 소유의 데이터를 폐쇄해 버리고, 상표 등록된 서비스에 갇히는 즉시 사라질 수 있다.

우선 광대역 네트워크다.

100년전  전 세계의 도시들은 누구나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 정부가 직접 전력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민간 전력 회사들이 가장 수익성 높은 고객과 지역을 골라 공급함으로써 수익성 없는 지역들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이 광대역 공급에서도 같은 경제학이 적용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쾰른, 밀라노 같은 도시들은 시 정부가 공공 광대역 인프라에 투자하여 주민들과 기업들이 사용하는 광대역의 속도를 현저히 높이고 비용을 줄여왔다. 공공 광대역 유틸리티에 반대하는 통신 업계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업계는 광대역이 재정적 수렁이 되리라고 비방하지만 2009년까지 지자체 통신 네트워크는 불과 수년만에 손익 분기점보다 30~40%나 높은 수준에서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는 건설 공채도 조기에 상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상환하지 못한 건은 하나도 없었다. 친시장적인 선진국 클럽 OECD 조차 "지자체 네트워크가 광섬유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지자체 주도 방식을 지지한다.  커뮤니티 소유 광대역은 스마트시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중 하나이다. 정보 집약점 산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가 되며, 원격학습과 몰입형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적 및 사회적 개발에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더 중요한 점은 도시가 스스로의 신경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여 스마트 서비스 판매 회사들에 대한 시의 협상력을 크게 높여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이미 민간 기업 주도로 유무선 고속 통신 인프라 쫙 깔린 한국에서도 현실성을 가질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도시 운영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운영체제와 그위에 올라가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웹,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개방적 표준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으로 시민에게 초점을 맞춘 도시운영시스템은 MIT의 카를로 래티가 말한 바와 같이 도시를 작동시키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어야 한다. 웹같은 운영 시스템은 개방성과 유연성이 보다 크기 때문에 개발자는 물론 사용자 조차 새로운 솔루션을 디자인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시티 사물들과 스마트 서비스의 웹은 도시를 번창하게 하는 사회성을 강화해준다. 

저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구축해야 한다고는 안했지만 민간 기업들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첫째가 관할권의 문제이다. 전에는 보통 시청 지하실에 놓여 있던 서버들이 클라우드로 옮아감에 따라 도시의 중요한 데이터와 인프라가 흔히 시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할 수 도 있는 곳에 자리 잡게 된다. 그렇게 되어 당분간 인프라 비용을 다른 도시와 분담하여 줄이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당신의 데이터가 다른 나라에서 상표 등록된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고 하면 소프트웨어 공급상들을 바꿀수나 있을까?

책을 보면 전체적으로 저자는 핵심 플랫폼에 해당되는 부분을 민간에 많이 의존하는 모델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당장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이 민자 사업 형태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술 중심적인 접근이 몰고올 위험에 대해서도 반복해서 경고한다.

"인터넷이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할 지위를 갖게 됨에 따라 스마트시티를 필연적 요소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엔지니어들에게 모든 도시 문제를 하나하나 다 해결해주도록 간절이 부탁하려는 것인가? 기술 산업의 끈질긴 스마트 판매술이 이에 달려 있따. 그러나 21세기의 기업 도시들만이 기술 그 자체를 종국적 목표로 본다. 우리의 새로운 시민학의 첫째 원칙은 스마트 기술을 기본 설정으로 간주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새로 고안된 장비들은 기존의 문제를 언제나 더 잘 해결해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새로운 장비도 잘 구비된 기존의 도구상자에 추가되는 하나의 도구셋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의 비전은 우리들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시 운영 시스템의 기술 코드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코드를 제어할 새로운 사회적 코드이다. 좋은 기술 뿐 아니라 좋은 장소를 만드는데 필요한 지식을 취사 선택하여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줄 새로운 스마트시티 시민학이 필요하다. 건전한 지침만이 스마트시티를 유기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될 사람들의 욕구와 선택에 따라 설계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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