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 지원 제도를 축소해야 하는 이유

"한국이 혁신 경제로 도약하려면 케인즈식 유효 수요 확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 전략으로 없는 수요를 창출하는 카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복지강화를 패키지로 묶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참여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변양균씨가 쓴 책 경제철학의전환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저자에 따르면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 입장에선 케인즈식 수요 확대 정책만으로는 성장 엔진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케인즈 플러스 슘페터식 공급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지금의 경제 침체를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슘페터식 혁신을 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복지 확대를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다. 사회 안전망을 기반으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들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 슘페터식 파괴적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복지국가에 기반한 자유시장경제 모델이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하는거 같은데, 한국에서 복지와 자유시장경제가 한팀이 될수 있을지는 글쎄올씨다. 패키지 합의가 나올수 있을지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저자는 슘페터식 혁신 경제로 가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국가 차원에서 기업에게 R&D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없애야 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일부 기업들에게는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관련 내용을 공유해 본다.

"국가 R&D 예산 지원 제도(2016년 예산 19.1조원)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다. 성과가 없고 관리도 미흡하다. 정부는 기초 연구와 우주 항공 등 민간의 R&D 투자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과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최소한 예산의 2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5년간 최소한 총 20조원 이상을 확보할수 있다.

매년 19조원이 넘는 돈을 국가에서 선택한 R&D에 지원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국가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도 서구 유럽 국가들처럼 무차별적 노동 지원으로 자원 배분을 대전환해야할때다. 기업의 생산 요소 중 토지, 자본,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생산 요소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은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근로자의 주택, 의료, 자녀교육비 등 기본 수요는 기업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면 안된다.노동의 유연성이 고용주의 전환이 아닌, 노동자들의 권한이 되어야 우리의 문제가 해결된다. 근로자들이 해고에 불안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되며, 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매달리도록 해서도 안된다. 기업도 정부 지원에 매달리게 해서는 안된다. 자원 배분의 대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경제 리세팅의 중요 포인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정부의 R&D 예산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연간 R&D 예산의 50%를 감축하면 연간 9.6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기업가 쪽 노동의 자유를 위한 재원 대책에서 20%를 절감한 것을 고려하면 그에 비해 추가적으로 연평균 5.6조원을 조달 가능하다. 2016년 R&D 예산은 19.1조원으로 2006년 8.9조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성과가 미흡하고, 비효율적이다. 정부 R&D는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부문에 집중하고 나눠먹기식 배분 형태를 근절하는 방식으로 효율화해야 한다."

변양균씨는 수도권 규제 완화도 찬성쪽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수도권이 얻는 혜택을 지역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뒤, 적극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의 역할론도 강조됐다. 이정동 교수가 축적의 길에서 주장한 것과 변양균씨의 메시지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두 사람 모두 한국 금융은 밥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혁신과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노동의 유연성과 함께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중견중소기업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이 개선되고 자금이 선순환되어야 혁신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 근로자들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할 수 있다. 슘페터는 금융이 자본을 동원하고 생산적 기업을 선별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혁신을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혁신에 소요되는 신규 자금은 통상의 기업 활동으로는 충당할 수 없기 떄문에, 은행의 신용으로 창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의 산업 및 창업 지원 기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경쟁력도 취약하다.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은행 수가 감소하고 엄격한 진입 규제로 인해 새로 진입할 경쟁자 조차 없는 과점 체제에서 외형을 확장하는데만 몰두하고 있다. 과점은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다. 기업 대출 보다 위험 부담이 적은 담보 대출 중심의 가계 대출을 늘려 기업 대출의 비중이 하락했다. 기업의 중추적 자금 공급원인 은행이 산업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전당포 영업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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