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휴지 있고, 밥먹으면 배부른 글 쓰지 않기-2

김연수씨가 쓴 '소설가의 일'을 읽은 소감을 '화장실에 휴지 있고, 밥먹으면 배부른것 같은 글 쓰지 않기라는 글로 정리했다.  글을 잘 쓰고픈 이들에게 김연수씨가 강조한 두가지 키워드는 디테일과 퇴고였다.

소설가의 일에 이어 글잘쓰기로 유명한  유시민 전 장관이 쓴 '유시만의 글쓰기 특강'을 읽었다. 소설보다는 칼럼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 읽은 유시민씨 책 중 가장 실용서에 가까운 것 같다. 2편도 곧 나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유시민  장관의 글은 복잡한 상황을 쉽고 간단히 정리한다는데 매력이 있다.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그것도 가급적 짧게 쓰는거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기 때문일 것이다. 잘 모르고 쓰는 글이 쉬울리가 없다. 쓸데 없이 길어지고, 이해도 안되기 십상이다.

책을 보니 유시민씨도 나름의 글쓰기 철학이 있는데, 논리와 간결함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에게 근거가 없는 주장은 무척이나 불편하게 비치는 것 같다. 근거 없는 주장은 그저 취향을 드러내는 것일 뿐인데, 취향을 갖고 주장처럼 쓰다보면 사단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어떤 주장을 펼치려면 논리적인 근거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한 얘기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엉뚱한 얘기 같다 붙이면 논증의 파워가 떨어질 뿐더라 간결함에도 마이너스다. 이런 글은 잘 안읽힌다.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저자는 취양과 주장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들었다.

미친 것, 뮌헨이 혼잣말로 욕을 했다. 그러자 함부르크가 물었다.

"뭐가?"

"저 피어싱이 말이야"

피어싱이 뭐 어쨌다고?

저런 금고리를 열개나 달고 다닐 돈으로 아프리카 어린이들 학교 보내는데 후원이나 하면 좋잖아.

그말을 들은 함부르크가 정색을 했다. 뮌헨도 소파에서 등을 뗐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럼 그냥 귀걸이 한쌍은 어때?

그거야 뭐 괜찮지.

그건 왜 괜찮은데? 그 귀걸이값은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서 기부하면 안되나?

안될건 없지만 귀걸이 하나 하는거야 이상할게 없잖아?

귀걸이 한개는 정상인데 피어싱 열개는 비정상이라고? 정상적 장진구와 비정상적 장신구를 나누는 기준이 뭐야?

논쟁은 오래지 않아 끝났다. 뮌헨의 패배였다.

다음은 논증이 없는 주장의 예다.

대한민국 최고 미남은 장동건이다.

얼마나 허무한 문장인가? 주장을 하려면 논증하라! 논증을 하려면 고민도 해야하고 자료도 좀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나에게도 칼럼 스타일의 글은 진입 장벽이 높다. 첫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안올때까 수두룩하다. 마무리를 짓지 못해 해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이 두창균에 대해 쓴 글의 첫문장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는?이다.

첫문장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첫문장이 괜찮게 붙으면 나머지은 술술 써지는 경우도 많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또 많이 써봐야 한다.

불변의 법칙이다.  잘 읽기 위해서는 텍스트 독해, 텍스트 요약, 사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텍스트를 읽고 잘 요약하는 연습부터 해보라. 그러면서 생각하고 토론하면 논증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진다는 의미이지 싶다.

쓸때는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저자 의견에 동의한다. 구어체로 된 문장이 읽기가 쉽다.

온라인은 지면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글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 있다. 늘어지는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유시민씨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압축하는 기술을 익히려면 분량을 정해두고 짦은 글쓰기를 해야 한다.

필력이 정말 좋다면 상관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장은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쓰는 것이 좋다. 단문이 잘 읽힐 뿐더러 쓰기도 쉽다. 그리고 글을 쓰고 나서 빼도 되는 단어나 표현은 한번 걸러내줄 필요가 있다. 유시민에 따르면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문장의 군더더기는 첫째는 접속사와 부사, 둘째는 형용사와 부사, 셋째는 여러 단어로 이뤄져 있지만 형용사나 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다. 굳이 없어도 좋은 접속사는 과감이 삭제해야 한다.

몇가지 더 붙이자면 수동태보다는 능동태형 문장이 잘 읽힌다. 주어와 술어가 잘못 매칭된 문장도 의외로 많은데, 이것만 잘 챙겨도 글이 명쾌해진다.

글을 쓰는 것은 항상 어렵다.  그래도 습관이 중요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은 하루에 일정 시간은 고정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쓰는 것이다. 일단 쓰고 고민하는 것이다. 김연수씨도 유시민씨도 비슷하게 얘기했다. 나 역시도 습관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는 쪽이다. 자꾸 써버릇 해야 한다.

글 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은 일단 지르고 보기 바란다. 디테일을 담아 쓰려고 노력하고 퇴고하고, 근거를 갖추고 주제를 벗어나는 쓸데 없는 얘기 하지 말고...

원칙은 이렇게 뻔한데  나 역시 글을 쓰는게 왜 이렇게 힘든지..참네..

그래도 계속 쓴다. 감이 떨어지면 지금보다도 수준이 떨어질거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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