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제로베이스 리더십?

김병완씨가 쓴 이재용의 제로베이스 리더십. 이재용 보다는 원점에서 시작하는 제로베이스 리더십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설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출신의 저자라면 디테일을 좀더 붙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저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건희 회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소통에 기반한 수평적 리더십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책만 갖고 판단하기는 갈증이 느껴진다.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책에 언급된 내용들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제로베이스 사고는 모든 것에 대해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매년 제로를 출발점으로 과거의 실적이나 효과, 우선순위를 엄격하게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사고의 경직을 방지하기 위해 기득권이나 관습이 사로잡히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고법이다. 기존에 갖고 있는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방식인 것이다.이 부회장은 타인을 대할때 겸손하고 언제나 자세를 낮추는 온화함을 유지한다. 과거의 권위나 왕좌나 특권은 별로 찾아볼수 없다. 그는 체면이 아닌 실리를 추구하고 은둔이나 왕좌가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민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리더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서민적인 소주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또 재래시장에서 도넛 같은 서민 먹거리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한 편안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삼성이 상명하복의 군대식 조직 문화에서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바뀌고 있는 부분이다.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자율 출퇴근제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특권 의식을 버리고 평민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일등의식, 성공 의식에 젖어들고 있는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촉구하기를 신호인 것이다.

이재용은 먼저 경청한다. 경청은 선대 이병철로부터 이건희로, 또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집안의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집안 내력과 함께 훌륭한 기질을 지녔기 때문에 누구하고도 잘 소통할 수 있고, 또한 사교성과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갖춘 것이다. 이재용은 아무리 까다로운 경영자라도 그리고 어떤 불같은 성질의 경영자하고도 이야기를 잘 해 나갈 수 있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재용은 절제 리더십을 통해 임직원들의 지혜를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좋은 리더는 다수의 힘을 활용할줄 안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는 다수의 힘이 아니라 지혜를 활용할줄 안다. 자신의 자리를 이용하면 다수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이용하지 않고 절제하면 다수의 지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바로 이런 리더이다.

저자의 주관이 좀 묻어나는 평가 같다. 삼성의 리더십이 가야할 방향에 가깝지 않을까?  미래학자 최윤식씨가 2013년 쓴 2030 대담한 미래를 보면, 삼성을 둘러싼 환경음 만만치 않다.

삼성은 2~3년 이내에 자체 시스템의 한계와 기존 시장 시스템의 성장 한계에 동시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만든 기존의 상품을 완전히 부정하는 수준의 상품 전환을 하지 않은채 진행하는 노력은 쇠퇴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마약효과에 불과하다. 새롭게 재정의되어 기존 제품 시장을 대체 및 잠식해 가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살수 있다. 이런 전환에 성공하려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삼성같은 거대 기업의 최고 약점은 인재, 기술, 자본, 마케팅, 유통 능력의 부족이 아니다. 바로, 자기 부정의 어려움이다. 현재 삼성의 조직과 문화에서는 자기 부정이 거의 어렵다. 그래서 유일한 길은 DNA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 시스템에 적응시키는 것 뿐이다.

책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경영할 당시 쓰여졌다.

IT산업처럼 변화가 빠른 영역에서 최고 경영자의 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회사의 명운을 건 혁신의 방향, 속도, 타이밍에 관한 결정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만이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원들이 아무리 혁신적인 생각을 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의 제품과 서비스를 좀더 훌륭하게 만드는 수준의 혁신은 사원들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업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혁신에 관한 의사 결정을 창업자자 최고경영자를 제외하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IT산업의 정상에서 수많은 적들으 공격을 받고 있는 삼성의 경영에서 이건희 회장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보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제로베이스 리더십을 갖고 삼성을 탈바꿀 시킬 수 있을까? 시스템 차원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삼성과 이재용 리더십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시스템 차원의 변화,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열심히 일하면 대략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하자. 이런 시스템안에서 열심히 하면 매출 10억원까지는 성공적으로 갈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매출이 10억원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CEO들은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해야 매출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고민끝에 새로운 멋진 비전을 만들어 선포한다. 한국으 기업들이 지금 이런 상황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2020 비전을 선포한다. 대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 내용이다. 그런데 10배의 노력을 하면 매출이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라갈까? 아니다. 10억원 매출 시스템에서 10배 노력을 하면 기업은 망가진다. 힘들어서 직원들은 떠나가고 CEO는 병들고 회사는 문을 닫는다. 답은 간단하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10억원 매출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기존 시스템을 100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치는 것이다. 100억원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100억원 매출에 걸맞는 조직 문화로 바꾸고, 그것에 맞게 직원 역량을 기르는 등 조직의 유무형 요소를 먼저 고쳐야 한다. 그런 후에 열심히 일해야 비로소 100억원 매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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