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라고 착각하는 무늬만 개발자

 
By 2012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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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지 10년이 넘은 개발자 중에서 진짜 개발자는 생각보다 적다. 15년쯤 지나면 자신은 스스로를 개발자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진짜 개발자인 경우는 급격히 줄어든다. 대부분은 개발과 관리의 경계에서 애매한 포지셔닝을 하다가 다시는 개발로 돌아오지 못하곤 한다.

그럼에도 자신은 개발자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자신을 아키텍트(Architect)라고 우기기도 한다. 선임급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하면 이런 “개발자가 아닌 무늬만 개발자”를 자주 볼 수 있다.

매일 수많은 회의에 쫓겨 다니고, 온갖 보고서를 만들고, 수시로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팀원들 관리하고 평가하느라고 시간을 다 보내면서, 스스로는 개발에 관해서 아는 것은 많다고 생각해서 개발할 때마다 간섭하고 스스로 뛰어난 Architect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개발을 좀 안다고 해도 절대로 개발자가 아니다. 개발과 관리의 차이에 대한 개념도 희미한 상태이다. 대부분은 개발자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

절대로 “개발”과 “관리” 둘 다 잘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 본부장, 부문장, 부서장쯤 되면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래도 팀장급에서는 개발자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팀장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개발자이고 싶은 관리자가 되게 된다. 물론 외형적으로도 완전히 관리자를 선언한 사람도 있겠지만, 여전히 개발자이고 싶은 사람들도 매우 많다.

이렇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경영자의 개발조직 관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경영자는 개발조직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개발을 매우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개발자들이 관리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 많은 선임 개발자들에게 본부장, 부문장, 부서장을 맡기곤 한다.

개발조직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개발에 대해서 개발자만큼 잘 알 필요가 없다. 개발자가 개발에 대해 아는 정도와 관리자가 알아야 하는 정도는 엄청나게 다르다. 그런데 경영자는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개발을 잘하는 개발자는 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개발에 몰두할 때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 경영자의 착각 속에 개발자는 점점 잘 하지도 못하는 관리 일에 치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회사는 개발 파워를 잃게 된다. 그럼 남는 것은 정치적인 경쟁밖에 없게 된다. 불쌍한 개발자들이다.

이렇게 관리자화 된 개발자들은 이직도 곤란하게 된다. 동일한 분야가 아니라면 이직을 해도 회사에 도움이 별로 안된다.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한다면 관리 능력이 중요한데 사실 관리는 전문 관리자보다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 개발자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개발자로서 활약하기도 어렵다. 정말 어중간한 위치기 된다.

결국 그 회사에서 관리자의 길을 걷거나 선택할 옵션이 별로 없게 된다. 물론 개발자 본인이 스스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이런 결과에 이르는 것이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개발자가 원하고 실력이 된다면 은퇴할 때까지 개발자의 경력이 보장되는 외국의 상황은 부러울 따름이다.

주변의 환경을 무시하고 스스로 개발자로 계속 살아남는 다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 개발자들이 언젠가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당장은 글쎄 …)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 SW회사엔 Technical career path가 없다-Tech it!
개발자는 개발을 잘하는 것이고, 관리자는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자는 개발을, 관리자는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평적인 미국의 조직구조에 비해서 수직적인 우리나라 조직구조에서는 개발자들조차도 고참이 되면 관리자가 되어 개발자들을 거느리고 싶어 한다. 그래야 조직 내에서 파워도 생기고 여태 일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개발자의 탓이 아니고 “Technical career path”가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되지 않고서는 파워를 가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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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THOR
전규현 (gracegyu@gmail.com, allofsoftware.net) |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인 ABC Tech(www.abcswcon.com)의 수석 컨설턴트이다. 연세공대를 졸업하고 18년 간 한글과컴퓨터를 시작으로 안철수연구소에까지 이르면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고 Programming Engineer, Project Leader, Project Manager, CTO 등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다양한 역할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턴트로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Tech it 독자들의 구체적인 문의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 SW회사엔 Technical career path가 없다 -개발자라고 착각하는 무늬만 개발자 -개발자의 파워는 어디에서 [...]

  • 무식쟁이말하길

    개발자=프로그래머인가요?
    분석,설계,코딩,시험 및 기획/관리 이 모든 것이 개발과정 아닌가요?
    글쓴이께서는 경험과 지식이 상당하신듯 한데요.
    제가 아무리 무식해도 좀 납득이 안가는군요.
    코딩 경험 없는 사람이 설계를 해요?
    남을 위해 설계해 보지 않은 사람이 프로젝트 리딩을 해요?
    관리는 앉아서 회의하고 참견하고 보고서 쓰는게 전부인가요?

  • [...] SW회사엔 Technical career path가 없다. 개발자라고 착각하는 무늬만 개발자 개발자의 파워는 어디에서 오는가? 개발자의 미래, 당신의 선택은 [...]

  • 김준수말하길

    개발전문 커리어가 막혀있는건 참 안타깝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개발회사나 업계의 문제일까요?

    저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시장이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얇은 시장이기 때문이라 봅니다. 즉 수십년 경력자의 전문성에 큰 대가를 지불할 회사가 많지 않죠.

    시장구조의 변화가 없는 이상 개발자는 관리자 또는 프로젝트관리자, 기술마케팅등 진로를 개척해야 할것 같습니다.

    한편 이게 나쁜것으 아니라 봅니다. 과연 일반관리자가 개발자를 관리하고,기술조직을 제대로 육성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오히려 개발자가 적극적으로 이것을 기회로 끌어 않고 외부 조직과의 소통을 하면서 개발조직의 위상을 높일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입니다.

    전규현님, 오랜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