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와 키보드에 비춰 본 애플의 혁신

 
By 2012년 6월 14일 

“키보드와 마우스 등 입력장치에 관한 한 애플은 혁신이 없다”라는 의견의 블로깅을 읽고 몇가지 생각해 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인데요.

애플 노트북 – 인풋의 혁신은? – Musica Ricercata
애플이 그간 이루어냈다는 ‘혁신’이란 ‘아웃풋의 혁신’이었습니다. 스크린, 무게, 두께, 디자인, 운영체제 등, 모든 혁신은 보여주기 위한 요소들 안에서만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인풋의 혁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사를 살펴보면 사실 애플만큼 입력장치에 대한 혁신을 꾸준히 지속한 기업도 없죠. 애플은 결코 입력장치에 대한 혁신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다만 혁신의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전통적인 입력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멀티터치와 제스처, 음성 등 새로운 입력 방식의 혁신에 초점을 두고 있는 거죠.

입력장치에 대한 애플 최초의 혁신은 매킨토시

이미지 출처: apple-history.com

1984년 첫 선을 보인 매킨토시(Macintosh 128k)는 개인용 컴퓨터로는 (거의) 최초로 마우스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었죠. 오히려 키보드가 선택 사항이었습니다. 당시 TV 광고를 보면 매킨토시의 GUI와 함께 혁신적인 원버튼 마우스에 대한 강조를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마우스가 널리 보급된 데에는 애플 매킨토시의 공이 컸죠.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애플 매킨토시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까지는 아니었지만 멤브레인식 키보드로는 꽤 괜찮은 키보드가 포함됐고 원버튼 볼 마우스의 밸런싱도 좋았죠.

인체공학적 요소를 대폭 적용한 Apple Adjustable Keyboard

Adjustable Keyboard의 전통을 iPad에서도 구현

이러한 전통은 매킨토시II, LC, 쿼드라, 퍼포마 시리즈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파워맥이 보급된 이후 애플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평범한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복귀 이후 1998년 선보인 아이맥(CRT iMac)부터 원성을 사기 시작했죠.

원가절감, 혁신의 대상에서 밀려나

형편없는 키감과 어색한 키캡 배치를 지닌 키보드와 밸런싱이 엉망인 동그란 USB 마우스(일명 하키퍽 마우스)가 아이맥에 포함됩니다. 이 후로 애플이 내놓은 키보드와 마우스는 디자인만 예쁘지 사용성은 떨어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습니다. 퇴보라면 퇴보죠.

매킨토시의 주입력 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의 품질이 저하된 가장 큰 이유는 원가절감입니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외부적으로는 제품 혁신, 내부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에 주력했습니다.

따라서 제품의 디자인과 성능, 판매 이윤은 크게 향상됐지만 마우스와 키보드 같은 액세서리류는 철저한 감축 대상이었죠.

키보드와 마우스의 진화, 멀티터치와 제스처

이후 약 10년 간의 암흑시대를 거쳐 2009년 애플 매직 마우스와 매직 트랙패드가 나옵니다. 애플이 다시 입력장치의 혁신에 눈을 돌린 것이죠. 다만 관심은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니었습니다. 멀티터치와 제스처, 음성 등 새로운 입력 방식에 혁신의 무게를 둡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의 경험을 매킨토시 제품군에 적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키보드는 일단 무선(Bluetooth)으로 갑니다. 텍스트 입력에 여전히 키보드만한 장치가 없죠. 현재 애플 무선 키보드(Apple Wireless Keyboard)는 전통을 유지하되 편의성과 디자인을 변화시킨 결과입니다. 여전히 키감이 썩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평균 수준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품 비중이 노트북쪽으로 옮겨 가면서 독립 키보드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유일한 예외가 파워북, 맥북프로 등 고성능 노트북 제품입니다. 고가의 고성능 매킨토시 노트북 제품들은 우수한 품질의 펜타그래프식 키보드가 내장되어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다만 최근 맥북에어 출시 이후 제품의 두께가 극단적으로 얇아지면서 우수한 키감의 키보드를 설계하기 쉽지 않게 됐습니다. 일부 사용자 불평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애플 입력장치 혁신의 미래, 시리(Siri)

이미지 출처: 페이스북 http://goo.gl/YSHZ5

시리가 입력장치 혁신에 주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아직은 인식률이 완벽하지 않고 아이폰4s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그 정확성과 적용 범위는 점차 높고 넓어질 겁니다. 무엇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완전히 대체 가능한 입력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컴퓨터의 형태를 지닌 매킨토시 제품군에서는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혹은 트랙패드)가 쓰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키보드없는 컴퓨터는 상상하기 싫네요. 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는 다릅니다. 이미 물리적 키보드를 스크린상의 가상 키보드가 대체했고 더 나아가 시리가 입력의 핵심을 이룰겁니다.

시리의 미래성은 이번 WWDC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완성차 업체들과 제휴해 차량정보시스템에 시리를 적용시킨다는 애플의 계획입니다. 궁합이 잘 맞는 분야지요. 입력장치 혁신에 대한 애플의 노력은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시리(Siri)가 그 부산물입니다. 그리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겁니다.

1984년 매킨토시가 처음 마우스를 대중화 시켰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4년에는 시리가 음성입력을 대중화 시키지 않을까요? 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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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T! 블로거 | 전직 IT기자, 미디어기획자, 여행, 식도락, 매킨토시, 카메라 … | @goodgle